INTERVIEW
(엄마) 시기를 고민하다가 이제 아기를 가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날이 있어요.
자연재배에 관한 글을 보는데, 자연재배가 비료도 안 쓰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거면 농부는 무얼 하냐는 질문에, ‘땅을 가꾸는 것부터 농부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 키우는데 돈이 얼마가 들지, 어떤 교구를 사줘야 하지가 ‘어떤 비료를 주지?’의 고민이었다면, 그냥 우리가 서로의 좋은 배우자가 되려는 것처럼, 좋은 토양이 되어주면 되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고 바로 해온이가 생겼어요.
(엄마) 2021년도 5월에 딸 해온이를 집에서 만났어요. 처음에는 평범하게 일반 분만병원에 다녔어요. 막연히 출산할 병원은 아늑하지 않을까 했는데,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더라고요. 비인간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다른 선택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임신 8개월까지는 그 병원에 다녔어요.
임신으로 생기는 몸의 변화를 즐기면서 임신 기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아이의 태동이 더 자주, 크게 느껴지면서부터 출산이 갑자기 두렵더라고요. 남편에게 울면서 못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자연주의 출산 콘텐츠를 보았는데, 문득 21살 때 SBS에서 ‘아기 어떻게 낳을까'라는 다큐를 보고 감동받은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날 남편과 다시 그 다큐를 보면서, 내 출산이지만 주도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병원에 다니면서 짚어낼 수 없던 불편한 마음이 그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남편은 다큐를 보면서 이미 집 근처 조산원을 찾고 있었어요. (웃음) 운명처럼 집 10분 거리에 마마스조산원이 있었고, 바로 상담을 받으러 갔어요.
(엄마) 어차피 10분 거리인데 집에서 낳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엄마의 호르몬은 엄마가 가장 편안할 때 잘 나온다고 하잖아요. 아이와 제가 건강하다면 병원보다는 조산원이, 조산원보다는 집이 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당시 마마스에서 초산 모는 가정 출산을 받아주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저의 확신을 느끼시고 지지해 주셨던 것 같아요.
(아빠) 자연주의출산에는 공감을 했어요. 막연히 큰 병원이 가장 안전하겠지, 우리는 돈만 내면 병원이 알아서 해주겠지, 생각했었는데 이건 저희가 주체가 되는 출산이잖아요. 가정 출산은 의문이 있긴 했죠. 저는 보수적인 편이고, 안전하다고 확신할 때 움직이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럼에도 선택을 했던 건 임신, 출산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이 아내를 지지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임신 기간에 아내가 힘들어할 때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무력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의 역할은 아내를 지지해 주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본인이 각오하고 결정한 일인 걸 느꼈고요. 그때부터는 책을 읽으면서 같이 준비했어요.
결과적으로는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요. 집은 저에게도 가장 익숙한 곳이잖아요. 공간에 대한 이해가 있고, 하물며 수건이나 물이 어디 있는지도 더 잘 알고 도와줄 수 있었어요. 저의 출산이기도 했어요. 아마 조산원이나 병원에 갔다면 외부인처럼 행동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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