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엄마) 기다림의 시간이었어요. 꽤 오래 진통 시간을 보냈거든요.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고, 점심 즈음 진통이 늘어지는 거예요. ‘병원으로 갈래, 계속 집에 있을래’의 선택지 앞에 놓였죠. 저는 계속하고 싶었어요.
조산사님이 아이와 제 상태는 괜찮다고 확인해주셔서, 집에 남기로 결단을 했고, 그렇게 3~4시간 진통을 더 보내고서야 해온이를 만났어요.
한 팀으로 출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산사님도, 둘라도, 사진 찍어주러 온 제 친구도 함께요. 친구가 남겨준 사진을 보면 기다림의 시선이 잘 느껴져요. 출산의 주체가 온전히 우리 가족이라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예상보다 긴 진통에 저희가 패닉 하지 않게 도와주시고, 필요한 대처들을 능수능란하게 해주셨어요. 무엇보다 해온 이가 강한 아이였죠. 지치지 않고 잘 버텨준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어요. 상상했던 것보다는 오래 걸렸지만, 만족스러운 출산이었어요.
(엄마) 임신 기간에 으레 조리원을 예약했어요. 출산 방법을 바꾸고, 조리원도 고민을 했었는데요.
‘자연스러운 게 뭐지?’라고 생각하면 선택이 쉬웠던 것 같아요. 집에서 출산을 했는데 다시 조리원으로 가서 아기랑 떨어지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아픈 것도 아닌데 밝은 빛이 켜져 있는 신생아실에 아이를 떨어트려 두고, 모자 동실을 원하는 게 유난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결국 조리원을 취소하고 집에 남았어요. 예상보다 출산 비용이 많이 든 대신, 산후에 비용을 덜 쓰게 된 거죠. 조리원은 코로나 상황에 남편 면회도 어려웠고, 결과적으로는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아빠) 아이가 저희와 떨어진 적이 없어서인지 애착이 남달라요. 저희 아이지만 안정되어 있는 게 느껴져요.
(엄마) 완전히요. 막상 아기를 낳고 보니 육아는 용품만 준비했지, 공부는 하나도 안 했더라고요.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 출산과 원리가 같았어요. 아무리 지식이 있어도 우리 아이를 관찰해야 이 아이에 맞게 적용할 수 있잖아요. 육아는 아이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걸 찾는 과정인 것 같아요.
‘준비된 부모는 없구나, 준비하는 부모만 있구나.’ 육아하면서 더 느껴요. 아기랑 24시간 붙어있으니 아이가 소름 끼칠 만큼 느리게 자란다고 느껴져요. 그런데 그게 아이가 부모가 부모로 자랄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거 더라고요. 뒤집기를 시작하면, ‘이제 걸으려고 할 테니 위험한 물건은 치워야겠네.’ 하면서 계속 미리 사인을 줘요. 미세한 변화를 목격하다 보면 자연스레 부모로서 준비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아이가 계속 수정할 기회를 주는 거죠.
(아빠) 육아는 관찰이라고 생각해요. 유심히 보고, ‘왜 울지?’ ‘왜 안 먹지?' 다양하게 관찰해 봐야 해요. 장염이 걸렸다면 바로 응급실에 가서 약을 먹이면 해결은 빠르겠지만, 다음을 위해서는 그 이유를 추적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제 뭐 먹였지? 찬 키위를 너무 많이 먹었구나, 그러면 다음엔 조심하게 되어요. 바로 원인을 못 찾으면 음식을 하나씩 더하고, 빼가면서 아이 몸에 맞는 음식을 찾아요.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거죠.
어른의 기준으로만 보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아이는 불편하면 울고, 밥을 안 먹기도 하니까요. 아이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는데요. 부모 입장에서 문제아인 거죠. 그렇게 대하다 보면 점점 관계의 틈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아이 입장에서 관찰해 보는 게 멀리 봤을 때는 더 편안한 육아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빠) 결혼하고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어요.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으로 결혼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늦게 오니 막상 아내와 같이 보낼 시간이 없는 거예요.
여느 부부처럼 평생 서로 닿지 못하는 지구와 달처럼 옆에 머물기만 하면서 살게 될 것 같더라고요. 이대로라면 아이를 낳고도 육아 대신 회사로 도망갈 것 같았거든요.
(엄마) 짧은 기간이어도 임신하기 전에 남편과 붙어서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티격태격하면서 충분히 둘이 맞추어가는 시간을 보냈어요.
(아빠) 붙어 있어서 자주 싸우지만 또 자주 화해해요.(웃음) 사소한 걸로는 많이 싸워도, 퇴사나 출산과 같은 큰 결정은 완전히 서로의 편이에요. 또, 출산을 같이 해서 자연스럽게 육아도 같이 하게 되었고요. 제 육아가 아내가 혼자 낳아서 안고 나온 아기를 맞이한 일로 시작했다면 이 정도로 몰입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오늘 초대해 주시고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