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10년 전쯤 순천향대학병원 근처에 마마스조산원이 생기면서에요. 그 당시 리사라는 둘라가 저에게 외국인 산모를 데리고 오면서, 이 산모 좀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호주, 유럽 나라들은 조산사와 출산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우리나라에는 조산사도 없고, 자연출산을 한다고 하면 의사들이 의아하게 보거나 지지를 안 해줘서 산모들이 힘들어 한다고요. 처음에는 저도 오랜 의사 생활에서 배운대로 하다보니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쉽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렇게 온 산모의 산전, 산후 진찰 과정에서 산모의 출산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느꼈어요. 순천향대학병원은 한남동이라는 위치 특성상 외국인 산모가 많아요. 10여 년 동안 이런 출산을 경험하다 보니 특별히 더 합병증이 많다거나 위험도가 높지 않았고, 기존 분만 과정보다 산모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을 알게 되었죠.
처음에는 저도 대학병원 교수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자연출산은 의학적인 스탠다드 방법의 분만과는 다르다는 생각이었어요. 자연출산을 하는 산모와의 관계가 축적되면서, 마마스 조산원에서의 출산을 선택하시는 산모들이 조산사들이 무리하게 출산을 진행하지는 않는지, 의학적 판단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런 점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조산원에서의 출산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 신뢰감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하지만 자연출산 병원이나 조산원과의 신뢰 관계를 맺고 있는 산과병원이나 의사들은 많지 않아요.
의학적 개입이 꼭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어요. 대학병원은 고위험 산모와 응급 상황에 처한 산모가 많아서 의학적인 개입이 꼭 필요하고 프로토콜에 따라 진행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산모와 태아가 건강하다면, 산모의 선택권을 좀 더 존중해주고 기다려주는 건 경험상 문제가 없죠. 그런데 대학 병원에서 임상경험을 많이 한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자연출산 방법을 바라보는 시간이 부정적일수 밖에 없어요. 조금이라도 원칙에서 벗어났을 때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산모에게 일정 부분의 선택권을 주고 기다려 주는 게 매우 두려울 수 있어요.
진통이 시작되고 분만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의사 혼자 지켜보기에 한계가 있어요. 특히 자연출산 과정은 더더욱 그렇구요. 순천향 병원은 분만실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과 특히 수간호사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간호사 선생님이 자연출산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어서 가능했어요. 경험도 많고 실질적인 도움도 주면서 항상 저와 같이하고 있죠. 덕분에 순천향병원 전공의 선생님들은 수련 기간 동안 자연출산 사례를 많이 접해왔고요. 좀 다른 것 같아요. 본인들도 분만을 하게 된다면 자연출산을 하고 싶어 한답니다.
워낙 산모를 많이 봐서 어디서 온 산모인지..(웃음) 아, 마마스조산원에서 낳다가 너무 오래 진행이 안 된다고 보낸 산모가 있었어요. 내진해보니 힘 몇 번 주면 낳을 것 같은 거예요.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배를 누르는 경우가 있는데요. 분만 마지막 과정 중 산모의 힘주기, 즉 ‘푸싱’이라는 단계가 있어요. 의료진이 배를 누르는 복부 압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산모의 푸싱만으로 태아 머리가 만출되지 않는다면, 의료진의 산모 복부 압박으로 분만을 도울 수 있어요. 조금 도와줘서 출산을 잘 마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산모의 푸싱에 맞추어 배를 눌러주는 것이, 진행을 지체시키거나 제왕절개수술을 선택하는 것보다 도움이 되는 거죠. 아까 말씀드린 마마스조산원에서 온 산모도 푸싱과 함께 복부 압박을 통해 자연출산을 잘 마쳤던 기억이 나네요. 조산사도 의료인이지만 조산원에서 조산사 혼자 그렇게 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거든요. 병원으로 보내 준 마마스 조산사들의 대처가 적절했다고 봐요.
그럼요. 많죠. 자연출산에 관심 있어 하고 엄마와 아기 모두 건강하면, 잘 선택하셨다고 어서 가시라고 하죠. (웃음)
매우 민감한 질문이네요. (웃음)
먼저, 우리나라의 의료 상황과 체계상 조산사가 1차 분만을 담당하고, 문제가 있을 때 의사를 만나는 시스템은
어려워요. 산모 개인의 선택으로 조산원 출산을 하고, 조산원에서 출산이 어려운 경우 병원으로 전원 되어야
하는데 이때 불편한 상황이 생길수 밖에 없는 게 지금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로서는 소수의 산모가
조산원을 선택하지만, 현장에서 열심히 자연출산을 선택하는 산모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조산사와 산과
선생님들이 계시고, 이런 분들이 늘어난다면 산모의 선택지도 늘어날 수 있겠죠.
자연출산에 대한 용어도 오래 전부터 여러 명칭으로 불린 것 같아요. 유명인의 자연출산이 알려지고, 10 여년전에 공중파 방송에서 다큐멘터리가 나온 이후 ‘자연주의 출산'이 산모들 사이에 핫 이슈였어요. 일종의 환상을 가진 분들도 계셨던 것 같아요. 통증 하나 없이 평화롭게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하는 산모들이 저에게 진료를 보기도 했어요. 출산 후에 생각한대로 아이를 낳지 못했다고 불평하기도 하고요. 아이를 의지대로 우아하게 낳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면 병원도 필요없고, 산모나 태아가 사망하는 일도 생기지 않겠죠⋯
그래도 최근에는 자연출산을 올바르게 알고, 의료 개입과 적절한 처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계신 산모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병원에서의 자연분만은 의료적 개입과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는 데에 반해, 자연출산은 (산모와 태아가 모두 건강한 상태에서의 진통이라면) 엄마와 아기를 좀 더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출산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명칭 대신 ‘자연출산'이라고 불러요.
잘하고 있다, 더 잘 되면 좋겠다. 출산율이 너무 줄었지만 마마스는 걱정 없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