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출산을 돕는 일은 해가 갈수록 저를 더 겸손하게 만들어요. 경험에 비추어 출산을 예측하는데, 그 예측을 부끄럽게 만드는 출산이 있어요. 때때로 무모해 보이는 기다림에도 기적으로 응답하는 출산들, 인간의 영역을 넘어 창조주를 의지할수 밖에 없는 출산을 경험해요.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런 생명의 능력이 심장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공수래공수거’의 태명을 가진 공수네 출산이 기억나요.
새벽 내내 진통을 하고 오전쯤 거의 자궁문이 모두 열렸어요. 저희는 출산 준비를 마치고, 공수를 맞이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자궁의 수축 간격이 조금씩 늘어지더니, 초기 진통 수준으로 진통이 약해지고 저녁 때까지 진행이 지체되었어요. 저는 굉장히 조급해졌는데, 엄마는 잠도 주무시고, 운동도 하시면서, 저녁까지 잘 드시면서 여유로우시더라고요. 다 열린 채로 거의 8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강한 수축이 시작되었고 1시간도 안 되어서 아기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어요.
그 때 아이의 머리 모양을 잊을 수 없어요. 사진이라도 찍어 둘 걸 그랬나 봐요. 아기가 엄마의 좁은 골반에서 나올 때, 아직 말랑말랑한 자기의 두개골을 포개서 나오거든요. 몰딩(molding)이라고 해요. 공수는 몰딩 모양이 옆으로 길어지다 못해 거의 휘어서 나왔어요. (*출산 후 며칠 내에 원래 두개골 모양대로 다시 복귀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믿고 충분히 기다려줄 때, 자기 머리를 저렇게까지 변형시켜 나올 수 있다는 게 경이로웠고, 생명의 신비 앞에 저절로 무릎 꿇게 되었던 경험이 기억나요.
출산을 경험하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거든요.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체가 큰 축복임을 기억하셨으면 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이 들긴 하지만, 생명이 주는 기쁨과 힘은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출산과 육아 모두 애씀과 수고함이 있지만, 그 너머의 기쁨과 에너지를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