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10년 전에 어떤 기회로 둘라 교육을 받게 되었어요. 제가 저희 아이들 교육할 때 ‘1년은 해봐야 한다.'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이 보고 있으니 저도 1년만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기다림을 배웠어요. 전 굉장히 계획적인 성향이에요. 성격도 급하고요. 출산 예정일이 있지만 한 산모 당 4주 정도 여유를 두고 대기하거든요. 덕분에 훈련이 되었죠. 출산의 산고를 같이 겪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출산 마지막에 엄마, 아빠의 행복한 표정 때문에 계속했어요. 인내 끝에 명확한 행복이에요.
‘꼭 둘째 출산도 함께해 주세요.’하는 산모님들이 찾아주셔서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최근에는 요리를 배웠거든요, 그런데 요리도 출산처럼 기다림이더라고요. 금방 되는건 하나도 없어요. 누군가 1년동안 돌보아 농사를 지어 거둬들이고, 수작해서 우리한테 재료가 오잖아요. 또 손이 많이 가면 맛있는 요리가 나오거든요. 그때까지 기다림이죠. 아기도 임신 기간 열 달을 보내면서, 엄마가 입덧도 하고, 몸이 바뀌고, 그걸 받아들이는 기다림의 과정이죠.
산모님들도 마음을 내려놔야 편안한 출산이 되는 것 같아요. 마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10개월을 아이를 품고 기다렸는데, 출산의 몇 시간이 기다리기 힘들거든요. 초조해하지 않게 출산 전부터 산모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해요.
엄마 같은 편안함 때문에 찾아주시는 거 아닐까요? 최근에 어떤 부부는 진통할 때 옆에 계속 누워계셔도 좋으니 같이 있어만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에 한 사람이라도 지지해주는 마음으로 옆에 있어만 줘도 견딜 수 있어요. 고통은 역시 나누면 작아져요.
어려운 길을 누가 같이 가준다고 하면 좀 힘이 나잖아요. 또 하염없이 기다릴 때 누가 옆에서 같이 기다리면 덜 지루하고요. 그런 역할 같아요.
또, 요즘 조산사랑 둘라랑 한 팀으로 일하는 게 좋더라고요. 밖에서 봤을 때 조산사랑 둘라랑 헷갈려 하시기도 해요. 그런데 명확하게 달라요. 저희는 의료 행위, 판단은 일절 안 해요. 경험이 오래되어도 판단은 하면 안 돼요.
한 분 한 분이 소중해요. 제 좌우명은 ‘오늘 하루 사과나무 심는 사람처럼'이에요. 그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