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시스템이 더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 당직제로 일할 때는 그날 당직이 입원하신 산모님 출산에 들어가요. 출산 때 산모님을 처음 만나기도 했어요. 긴장감이 풀어질 때까지 묘한 공기가 있어요. 하다 보면 자연스레 풀어지기는 하지만, 확실히 산전부터 산모님을 만나니까 훨씬 좋아요. 문 열고 들어갈 때 ‘저는 누구입니다.’로 방으로 들어갔다면 ‘에구, 언제부터 아팠어요?’로 인사해요. 산모도 얼마나 아팠는지, 또는 진통을 얼마나 잘 보냈는지 편하게 말해주세요.
특별한 건 없어요. 산전에 만나서 알게 되는 성향대로 맞춰드리려 해요. 진통하면서도 산모를 계속 알아가고요. 위안이 필요한 분에게는 위안을 드리고, 조용하게 옆에 있어 주길 바라면 그렇게 맞춰드려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둘라 시작할 때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뭘 해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엄마분들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으시더라고요. 한 번, 두 번 그렇게 중독이 되어서 8년을 했네요.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에서 만나니까 신경이 곤두서 있기도 해요. 그런데 출산 후 진통을 다 잊고 또 둘째 갖자고 바로 말하시는 산모님도 계세요. 둘라인 저도 힘들었던 순간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면 다 잊혀지고, 그저 행복한 순간에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죠.
둘째 낳으실 때 또 만나서, 첫째 아기를 다시 만났을 때요. 태어나는걸 본 아기가 자라있어요. 제가 어디에서 이렇게 한 아이가 자라는걸 보겠어요. ‘언제 이렇게 걷고, 말을 시작했니~’하면서 새삼스럽죠. 아이들도 너 태어날 때 같이 있었다고 말해주면 경계를 풀고 친근하게 대해줘요.
사실 남들한테는 평범한 성장 과정인데 가족들한테는 내 아이의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특별한 순간이잖아요. 그런 감정을 공유한달까요. 뒤집기하면 연락주시고, 돌이면 돌사진 보내주시고 해요. 마치 그 엄마가 아이를 보고 기뻐하는 것처럼 기뻐요. 한참 후에 갑자기 생각났다고 연락주시기도 하고요. 행복한 순간에 함께 기뻐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핸드폰을 달고 살아요. 연락 못 받는 꿈도 꾸고, 예정일 가까운 산모님 있으면 한 시간마다 깨서 핸드폰을 확인해요. 깊게 못 자요. 그래도 출산하고 나면 내가 낳은 것 같은 뿌듯함이 있어요. 같이 힘주고 같이 낳거든요. 밤에 잘 못 자는게 힘들기는 한데 며칠 쉬면 또 회복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