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가정출산도 나가고, 호움에서 출산하시는 분들도 돕고 있어요. 출산 방식은 비슷해요. 아무래도 전담해서 한 산모를 맡다 보니 책임감이 더 생겨요. 상담 때부터 계속 만나니 라포 형성도 되어 있고 신뢰가 있으니 설명하기도 편하죠.
출산에는 항상 이동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 같아요. 산모님들이 아기 낳으러 병원 가실 때, ‘집에서 언제 출발하지?’, ‘진통할 때 차에서 괜찮을까?’ 등 이동을 제일 불안해하시잖아요. 가정출산은 그게 없어서 좋죠. 대신 이동의 부담이 저희 몫이에요. ‘언제 출발하지?’ 도착했는데 너무 초기 진통이면 저희가 안 보여야 진행이 더 잘될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들어오고 그래요.
간호사 실습 때 여러 과를 도는데, 분만실 실습할 때만 즐거웠어요. 조산사가 멋져 보이기도 했어요. 보통 병동에서는 아픈 환자들을 대하는데, 산과에서는 환자가 아닌 산모를 대하잖아요. 병원인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일반 분만병원에서 쳇바퀴 돌 듯이 일하다가, 동료였던 방우리 조산사님이 같이 일하자고 불러 들였어요. 산모 입장에서 편안한 출산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점점 이게 맞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조산사 일을 계속 하는 한, 다른 길로는 가지 못갈 것 같아요.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지만, 경험이 제일 중요해요. 조산사로서 20년 이상 일했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 개인적인 일정 잡기가 어려워요. 가족 여행 가는 길에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요. 돌아가는 길에는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출산 현장에 도착하면 생명이 주는 에너지로 회복이 돼요.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 건강한 아기가 주는 기운이 있거든요.
정말 맞아요. 아이와의 약속을 못 지키면 그 순간에 떼는 쓰지만 이제 10살이 되어서인지 곧잘 이해해줘요. 남편도 이 일의 특성을 이해해주고, 적극 지지해주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팀으로 활동하면서 동료들 덕을 봐요. 산모가 언제 진통이 올지 모르니 삶에서도 계속 긴장감이 있어요. 출산할 때도 병원에서 근무할 때보다 응급상황에 대한 책임이 크기 때문에 긴장도가 높은 삶을 살아요. 이런 두려움을 아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둘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산사도 현장에서 엄마와 계속 함께하지만, 때로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의료인으로서 엄마의 상태를 관찰해야 해요.
둘라가 없으면 산모가 못 할 것같다거나, 힘들어하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조산사에게 전달돼요. 계속 산모 옆에 붙어있어야 하니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덩달아 조급해지기도 하고요. 둘라가 함께하면 아무래도 감정 케어를 맡아주시기 때문에, 의료적 관찰이 수월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