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처음엔 조산사라는 직업이 있는지 모르고, 분만실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공교롭게 계속 조산사가 많은 환경에서 일했어요. 한달에 약 400명 이상 출산하는 여성전문병원이었는데, 이전 선배들은 다 조산사셨고 저희 기수가 첫 간호사 인력이었어요.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걸 보고 조산사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그때는 간호사 역할에도 만족했어요.
그러다 방우리선생님 권유로 자연주의출산 병원인 메디플라워(현 호움산부인과)로 이직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간호사로서 산모를 간호하는 것에 한계를 조금씩 느꼈어요. 경험이 많이 쌓여도 면허증이 없으니 법적으로 할 수 없는 게 많더라고요. 방우리 조산사님과 정환욱 원장님이 ‘너도 조산사 해야해.’ ‘너도 할 수 있어.’ 옆에서 계속 말씀하셨어요. 동기 부여도 주시고, 자극도 되었죠. 처음에는 조산사 면허없이, 둘라로도 활동해보고, 국제모유수유전문가 자격도 취득했어요.
그러다가 마마스조산원 개원 멤버로 함께하게 되었어요. 이미 의료인이지만 조산사가 아니어서 생기는 한계에 더 많이 부딪혔고요. 결국은 조산사 면허를 땄죠. 앞으로 더 못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조산원 운영도 배우고, 산후관리, 모유수유도 공부했었던 건데 돌아보니 그 시간이 다 조산사로서 자산이 되었어요.
가정 출산을 다녀오면 너무 행복하고 너무 힐링이 되어요. 그런데 책임감과 생명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스트레스 강도도 훨씬 높아졌어요. 대신 저는 소위 출산뽕(옥시토신 뿜뿜한 상태)이 좀 오래 가요. 출산을 다녀오면 발바닥이 땅에 떠 있는 것 같이 며칠을 살아요. 다 사랑스러워 보이고, 기분 좋고 그런 상태예요.
24시간 대기하고, 1시간 이내에 돌아올 수 있는 이동만 해요. 어디에 있든, 언제든 콜이 오면 자리를 박차고 가야 해요. 아이가 어려서 아직 이해하기 힘들어하기도 하고요. ‘엄마도 아빠처럼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면 안돼?’ 묻더라고요.
병원에 속해서 일할 때보다는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힘들어졌는데, 산모분들 입장에서는 훨씬 만족도가 높아요. 점점 개별적으로 밀착 케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함께 출산한 엄마들과의 관계요. 건강하게 출산하고 나면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정도를 계속 통화해요. 편안하게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아이와 엄마 상태를 자연스럽게 공유하죠. 그러다가 점점 전화 오는 빈도가 줄어들어요. 그때 알죠. 이제 우리 손을 떠나 스스로 서기 시작했구나. 그럴 때 행복해요.
또, 같이 일하는 팀이요. 현장 경험이 햇수로 18년 이상 되었지만 스스로 확신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어느 시간에 전화해도 조언해주고, 어디로든 와줄 경험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힘이죠.
체력 관리 잘하세요. (웃음) 이 일은 콜링받아야 할 수 있다고 해요.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저절로 느껴져요. 방우리 조산사님, 정환욱 원장님, 선배 조산사님들.. 이 환경에 함께 있으면 조언을 많이 받을수 있어요.
좋은 선생님들 옆에서 잘 배우면 자연스럽게 좋은 조산사가 될 거예요. 저도 그분들 보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함께하면 행복한 조산사의 삶을 살게 될 거예요!